2026년 5월~6월 회고
5월 - 이별
큰 이별이 있던 달. 13년동안 함께 한 부기가 세상을 떠났다. 내가 고등학생 때 부터, 20대 통틀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원래도 아팠지만 이전처럼 잘 버텨낼 수 있을거라 믿었는데, 5월 18일 아침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예측 불가능했던 이별이어서 충격이 컸는데, 가족들과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많이 치유했다.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믿겨지지 않지만...이번 이별을 가족들과 건너며 느낀건 후회없는 이별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달았다는 것.
이번 이별에서 남은 감정은 슬픔,공허함,그리움 뿐이었다. 가족 4명 모두 부기를 위해서 모든걸 했기 때문에..남는 아쉬움이나 후회, 미안함이 전혀 없다.
장례식도 진행했는데, 하루동안 장례 절차를 밟으며 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폭풍같았던 충격을 슬픔으로 잠재울 수 있었다. 부기랑 함께 할 수 있었던 13년이라는 시간이 더더욱 소중해지고, 이런 이별이 슬프지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기와 이별을 하면서 나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더욱더 선명히 깨달았다.
20대에는 내 삶의 1순위가 나 스스로였던 것 같은데, 그런 인생의 우선순위가 재정비되었다.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런 깨달음을 나에게 선물해준 부기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 뿐이 없다.
5월 - 영국 여행

부기를 떠나보내고, 바로 다음주에 영국여행이 계획되어있었다. 사실 마음같아서는 다 때려치고싶었는데...가족들이 제발 잘 다녀오라고 당부해서 억지로 갔다.그리고 가서는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별의 아픔을 소화하는 시간을 보낸 것은 물론이고, 나의 이전의 삶,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곱씹고 생각하는 시간을 정말 충분히 보냈다.
혼자서 7박 8일동안 런던과 에든버러를 다녀왔는데, 매일 아침 러닝을 하고, 궁금했던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과하게 붙잡고 있던게 무엇인지 깨닫고, 놓아주고, 하고싶은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끊임없이 경탄하며 지냈던 8일이었다.
지내면서도 하루 하루, 시간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어쩌면 이걸 하고싶어서 혼자 여행을 온게 아닐까? 영국 가보고싶어! 나 영국문화 좋아하니까! 이건 피상적인 이유였던 것 같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조금 가벼워졌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있던 불안이 많이 희미해졌고, 많이 밝아졌다. 주변사람들이 좋은 일 있냐고 물어볼정도로..밝아졌다. 앞으로 시작될 30대를 지탱해줄 8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삶이 매번 밝고 산뜻하진 않겠지만, 그럴 때 마다 8일동안 혼자 영국에 가서 경탄하던 나를 떠올리면 버틸만 하지 않을까?
6월 - 인턴 매니징, 내가 더 성장하는 것 같다
4월부터 모신 인턴분을 계속 매니징하고 있다.
사람은 비결정적이다. AI를 다루는 것보다 더 많은 맥락들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업무적인 팩터 뿐만 아니라, 감정, 환경, 동료들과의 유대감과 같은 여러 팩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걸 위임해야하고, 어떤걸 통제해야할까? 가 매니징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과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건 어렵지 않았다. 방향성은 통제하되, 실행은 위임한다. 그리고 그 실행에 있어서 필요한 의사결정들을 위임해본다. 위임한 결과가 괜찮다면 점점 위임의 수준을 높인다. 위임의 결과가 별로라면, 피드백을 줘서 스스로 개선하게끔 루프를 만든다.
그래서 코드리뷰 할 때에나, 질문을 받을 때에도 역질문을 많이한다. 나의 생각을 바로 말하기보다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다시한번 되묻는다. 나 역시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의 주관을 기르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이렇게 하면서 나도 나의 주관과 직관을 기를 수 있다. 인턴분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보고 피드백하면서 내가 더 많이 성장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협업, 감정적인 부분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지..그 복잡성을 어떻게 다뤄서 예측가능성으로 녹여내야할지..그럼 나는 어떤 사람인지..나의 어떤 부분이 예측불가능할지 깨닫게 된다.
또한, 인턴분이 성장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셨을때 나는 어떻게 했었나를 곱씹어보기도 했었는데, 나는 부지런히 주변사람들을 많이 따라하고 또는 따라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러하다.
운이 좋아서 주변에 좋은 동료들이 많다. 좋지 않은 동료도 만나봤다. 좋은 동료들도 좋지 않은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내가 따라하고싶은 부분과 그러지 않은 부분들을 계속 스스로에게 적용해보면서 많이 성장했던 것 같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말을 잘하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을할까? 이런 것들..
결국 주변 사람들 덕분에 많이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인턴분이 단순히 일을 많이 쳐내는것 뿐만 아니라, 더 많은걸 얻어갔으면 좋겠다. 그게 미래의 나에게도, 회사에게도, 업계에게도 좋을 것 같아서이다.
6월 - 팀 이동 결정
작년 7월 초에 동네걷기가 처음 출시되었으니까, 거의 1년되었다. MVP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DAU
까지 성장시켰고, BM을 만들기 위해서 광고 시스템도 백엔드부터 프론트엔드까지 혼자 다 만들어서 수익화까지 실현해서 자생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다. (이번달에 무신사 광고 들어왔을때는 진짜 짜릿했다.)
진짜 몰입했고 치열했고 바빴다. 내 역량에 비해서 큰 과제를 맡았다고 생각했고, 감사하고 약간은 부담스러운 마음에 더 열심히 했다. 잘한 부분도 많았고, 못한 부분도 있었다. 아직 부채로 남은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 의사결정들이 옳게 만들어서 지금 동네걷기를 성장시켰다. 정말 강한 오너십을 가졌다. 그 만큼 애정이 많은 제품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던건 좋은 팀원들 덕분이었다.
그래서 팀 이동 결정이 쉽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면 그래도 재밌고 편할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자꾸 붙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내에서 내가 결코 해소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 제품의 스테이지가 변했고 팀의 방향성이 더 공고해졌다는 것, 그리고 팀의 방향성과 나의 커리어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3월인가 4월부터 계속해서 디모티베이션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전 매니저님과 이야기했던 플랫폼팀으로의 이동을 결정했다. 커리어에서의 피벗팅이다. 원래는 하반기 후반을 생각했는데, 굳이 미룰 이유가 없어서 7월내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미뤄질 수록 스스로 생각만 더 많아져서 힘들 것 같았다. 이왕 도전하는거 빨리 도전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개발자로 이제 일한지 만 3년이 되었는데, 본격적인 플랫폼 업무는 처음이어서 많이 떨리고,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전에 동네걷기 만들기 전에도 똑같은 불안감을 느꼈었던 것을 떠올리며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스스로를 밀어부쳐보고 있다.
지난 1년동안 동네걷기를 성장시켰던 것과 아주 다른 방향으로, 이제는 하나의 제품을 열심히 깎아야하고 같은 실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나가야한다. 애초에 나는 전자를 하고싶은 마음에 팀 이동을 한것이고 후자는 부차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이 변화가 요즘 AI를 사용하면서 계속해서 떠올랐던 의문들을 많이 해소시켜줄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AI 가 하지못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하는 곳으로 가니까..
지금 팀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베테랑 PM/PD 랑 일하며 여러 실험을 하면서 제품을 보는 방법, 직관력을 많이 키웠다. 어떻게 일해야하는지도 배웠다.
실제로 처음 제품팀 와서는 뭐가 뭔지도 몰랐던 내가, 이제는 편하게 제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고민해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여기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플랫폼 사이드로 가져가면 더 시너지가 날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가 플랫폼적인 성향이 강한 엔지니어라고 이전부터 생각했고 주변사람들과 매니저들도 그렇게 말했다.
그런 내가 1년동안 발산해야하는 제품을 만들며 포기하고 타협하고 지켜내기도 한 것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이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팀에 큰 효용이 되었던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팀과 내가 맞지 않았던게 아니다. 팀과 나는 잘 맞았지만, 앞으로 팀이 더 뾰족해지기 위해서는 나보다 더 잘맞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것, 그리고 나도 이제는 나의 강점을 더 뾰족하게 만들고싶다는 바램으로 시작한 이동이어서, 팀원들과의 이별이 슬픔과는 별개로 서로에게 좋은 이별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AI 시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우아한형제들, 당근, 토스가 같이 주최한 AI 밋업에 다녀왔다.
다들 AI를 어떤식으로 사용하는지, 어떻게 대하는지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아무도 답을 모른다. 기술블로그도 이제는 AI를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숙련의 시대는 끝났다고 한다. 공감한다. 더 이상 구현과 세부적인 기술들에 대해서 알 필요가 없다. 클로드코드, 코덱스가 더 잘하기 때문이다. 다들 새로나온 모델에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계속해서 AI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어떻게 잘 다룰지를 고민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소 추상적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에 책임은 인간이 진다. 책임을 더 잘 지기 위해서 어떤걸 고민할까. 결국 이건 숙련의 시대에도 똑같이 했던 고민이다.
계속해서 변하는 AI 활용법에 이토록 크게 관심이 안가는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는 결국 AI도 외부 의존성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배우면서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의존성 관리였다. 어떻게하면 외부 의존성에 기대지 않을 것인가. 기대더라도 어떻게 폴백을 만들어둘 것인가. 의존성이 끊겼을 때 부서져야할 부분과, 그러지 않아야할 부분의 경계는 어떻게 나눌 것인가. 결국 돌고돌아 인간이 제어해야하는 부분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간다.
나는 이게 AI를 활용하는 시대에서 먼저 부러뜨리고 가야할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못하고 있고, 그래서 혼란스러운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하면 편하겠지" "에이전트가 발전되면 결국.." 같은 말을 싫어한다. 어쩌면 나의 상상력이 부족해서 이런 반항심이 생기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남은 6월과 7월의 마음가짐
- 팀원들과 좋은 이별을 하기
- 두려워하지 말고 기대하기